이제 미국온지 2년인데 가끔 영어가 잘 안들릴때가 있다.
그 날의 컨디션 탓도 있지만, 유독 어려운 한 단어에 꽂히면 그 다음부터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2년 동안 매일 영어를 달고 사는것도 아니고, 특히 LA에선 그럴 필요가 더욱 없어진다.
그래도 학교에 친구들을 만나다보면 자연스레 하나둘씩 늘어가는데 아직 한참 부족하다.
이제 들리는건 웬만하면 다 들리는데다 또 들리니까 매일 듣던 영어도 이제 신기하게 보인다.
'와 저 사람을 저걸 저런식으로 표현하는구나...'
문제는 표현이다.
워낙 한국사람들이 표현에 인색하기 때문에,
발표도 꺼리고 여기서 표현하는 'Shy' 하기 때문에 그 동안 폭발적으로 말하는걸 늘리지 못했다.
근데 내 전공 특성상 나는 환자들을 만나서 언어를 치료해야하기 때문에 많이 말 할 수 밖에 없어졌다.
나름 영어를 늘려보겠다고 미국에서 대학교도 나오고 영어가 유창한 와이프에게
집에서 영어만 써보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밖에서도 영어쓰기 피곤한데 집에서까지 쓰기 싫어~"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아내도 Native처럼 편하게 영어를 구사하는건 아닌 것이다.
듣기가 편하다고 해서 말하는 것도 편할거라 생각한 나의 착오였다.
그걸 지금에서 많이 느낀다.
수업만 듣고 시험을 보는 형태의 수업은 잘 이해하고 모르는 것만 물어보면 됐지만,
막상 환자들과 얘기하고 들어주고 치료하는 입장이 돼보니,
그렇게 하루를 보낸 날은 집에 들어오면 진이 다 빠진다. 가뜩이나 외국인이라고
준비도 나름 철저히하고 긴장이 되는데다 배운것을 응용하려는 머리와
영어를 구사하려는 머리가 한번에 돌아가서 가끔 멘탈과 체력이 탈탈 털릴때가 있다.
세션이 끝나고 나면 항상 Supervisor는 뼈아픈 피드백을 준다.
힘들겠지만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발음을 확실하게 하고, 알고 있는 지식을 어떤식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건지 방법론적인 연구를 많이 하라고 하신다.
물론 한국어로 했으면 다양한 방법과 노력을 할 수 있었겠지만, 영어로 하려니 준비한 것 이외는
즉흥에서 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그래도 주변 친구들은
"첫 클리닉이니까 괜찮아. 잘하고 있어.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라며 위로를 잘 해준다.
그래도 외국인으로서 여기에서 태어나 자란 친구들의 언어를 치료한다는게 얼마나
큰 부담인지 모른다. 게다가 한국사람이 거의 없으니 나라망신 시키기도 싫기도 하고...
남들보다 2~3배 더 시간을 할애하고 생각하고 공부하고 준비해야한다.
지금도 사실 이걸 쓸 시간에 더 봐야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모든일에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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