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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자리잡기

미국(캘리포니아)에서 자리잡기

by 미국사는남자 2019.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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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cun, Mexico

7년동안 다니던 정들었던(?) 회사를 그만 뒀다. 좋은 조건의 회사였지만, 항상 나와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60살 넘도록 내가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살 자신이 없었다. 미국은 완벽한 자본주의 사회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유에 대한 인식이 확실한 나라여서 그런지 올때마다 항상 뭔지 모를 자유로운 느낌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자유로움이 다시금 나를 미국으로 가게 만든게 아닌가 싶다. ( 그 시기엔 대한민국이 언론,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던 암울한 시기이기도 했고) 

 

1. 미국은 기회의 땅!?

 

와이프가 살고 있는 Northridge는 LA에서 북서쪽으로 30분정도 떨어져있는 '밸리'라고 불리는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먼저 와서 석사공부를 하고 있는 와이프를 쫓아 일단 오긴왔다. 약간 시골스럽기도 하고 히스패닉이 많이 살고 있는 이 동네는 그래도 나름 교육쪽으로는 괜찮은 동네였다. LA보단 아이들을 키우고 살기엔 더 없이 좋은 곳이었다. 날씨가 너무 건조하고 여름에 40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문제였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마냥 쉬면서 살 수도 없고, 경험도 쌓을겸 봉사활동도 하면서 지냈다. 틈틈이 TOEFL과 GRE를 공부하면서 어디에 학교를 지원할지 알아보고 있었다. UCLA 한국어전공으로 가기엔 박사과정이라 시간이 너무 오래걸릴 것 같고, (물론 된다는 보장도 없었지만 아시는분의 소개로 교수님과 면담할 수 있었다.) 와이프가 다니는 주립대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언어치료쪽에 석사지원 해보려 이메일도 보내고 직접 찾아가보기도 했다. 멀리 동양에서 온 친구에 대해서 의외로 호의적이었다. 다들 최대한 도와주려 노력했고 나도 기대에 져버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미국에서 언어치료사는 10번째 손가락 안에 들만큼 대우가 좋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석사를 졸업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석사에 들어가려는 경쟁도 굉장히 심하다. 게다가 이 학교는 미국안에서도 몇 손가락안에 들게 프로그램이 좋고 주립대라 학비도 싸니 웬만한 학점과 GRE성적가지고는 들어가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드물다못해 희귀한 아시아 남자인 나에게 어서오라고 메일이 왔다. 여러가지로 준비했던게 잘 맞아 떨어지기도 했다. (이 내용은 나중에 또 기록해야지)

어찌됐든, 참 신기한일이다. 2년전만해도 경제단체에서 법조문 하나씩 뜯어보며 개정하느라 밤새며 일했는데, 이젠 영어로 아이들을 치료해주기 위해 매일 같이 관찰 영상을 보고있으니 말이다. 한국의 암울한 현실이 알면 알수록 아직까지도 남아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아메리칸 드림을 생각하게 됐다. 아직은 기회의 땅이라고 불리고 있는 미국에서 다시 시작하는 인생이 조만간 큰 변화가 있을거라 믿는다. 트럼프체제하에선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2. 사는 것과 머무는 것

 

미국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나는 여기에 이민을 온거야 아님 유학을 온거야.. 사실 난 이민에 더 초점을 두고 있었지만, 신분이 유학생이기 때문에 어디가서 이민준비중이라고 얘기하기도 그렇다고 공부만하러 왔다고 얘기하기도 애매모호 했다. 그래서 아예 영주권을 받으려고 돌아다니다가 다행히 스폰을 해줄 회사를 찾아서 현재 영주권 진행중이다. 예상으로는 내 졸업시기와 맞물려서 영주권이 나올 것 같긴하다. 미국에 자리잡는 과정에서 물론 한국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부류가 조금 나뉜다. 사는 사람과 머무르는 사람, 그리고 정착 1세대와 2세대 (혹은 1.5세대). 앞에 말한 부류에 따라 행동양식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그래서 첫 만남에도 어떤 부류에 속하는지 빨리 파악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살기위해서 바둥거리고 있다. 단순히 머무르는 사람이 되지 않기위해서...그건 한국에 있을때나 변함이 없는것 같다. 한국에 있을때는 사람들사이에서 머무르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살았는데, 여긴 물리적으로 머무르기 위해서는 버텨야 한다.

나름 즐기면서 살아도 LA한복판에 헐리우드 사인이 보이는 아파트에 살아도 결국 신분은 가장 먼저 빨리 해결해야할 장애물임은 확실하다. 영주권 준비, 신청 프로세스도 나중에 기록해놔야겠다. 이것도 우여곡절이 꽤 많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자니 죽겠지만 그래도 하루하루가 다 경험이고 추억아니겠는가. 나는 어느때보다도 5살짜리 아이가 습득하듯 모든걸 스폰지처럼 빨아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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