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원 근처에도 안가본 나에겐 대학교가 그냥 놀이터였고 쉼터 같은 곳이었다. 집 근처에 있어서 가끔 공부하러 가거나 그냥 날씨 좋은날 산책만 가도 마냥 좋았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대학원을 알아보거나 입학이 결정되고 대사관에서 비자까지 받아오는 경우와는 다르게 나는 미국에 머물면서 직접 찾아다니며 석사 입학을 알아봤다. 당시엔 F2비자(F1학생비자로 유학중인 배우자 신분)였기 때문에 미국에 얼마든지 머무를 수 있었다. 몇달 고민을 하다가 결국 진로를 정하고 난 다음부턴 일부러 관련된 Clinic에 찾아가 아무거라도 좋으니 봉사(volunteer)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사전에 전화로 인터뷰를 잡미국은 대체적으로 그렇게 찾아온 사람을 굉장히 인정해주고 환대해주는 분위기가 있다. 그렇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깨너머로도 배우고 나중에 실제 직업으로서의 이 분야가 어떤지 간접적으로 체험하기도 했다.
동시에 학교를 돌아다니던 중 굳이 학생으로 입학하지 않아도 기초 수업은 Open University라는 제도를 통해 들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학교마다 재학생들 외에 일반인들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입학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들을 수 있으니 간편하고 선수과목을 들었어야 하는 나에겐 정말 좋은 제도였다. 그렇게 수업 몇 개를 신청해서 들으면서 학생들, 교수들과 만나서 얘기할 기회가 생겼다. 사전에 교수들을 만나 눈도장을 찍고 무척 이 공부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굉장히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경쟁이 심한곳이다보니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나마 긍정적이었던 건 봉사하던 곳에서 받은 추천서 때문이었다. 석사 입학시 총 3장의 추천서를 내도록하는데, 하나는 한국 모교의 교수님의 추천서, 하나는 전 직장, 나머지 하나는 봉사하던 곳의 Director에게서 받은 추천서였다. 학교의 입학기준은 학교마다 판이하고, 홈페이지나 공식적으로 게시해놓은 '합격기준선'은 합격된 이들의 평균치일뿐 흔히 말하는 '커트라인'은 아닌셈이다. GPA가 다른 친구들보다 낮고 GRE는 중간정도였지만, 1년가까이 봉사하고 그곳에서 받은 추천서같은 것들이 학교입장에서는 훨씬 더 크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누군가 미국대학에 문을 두드리고 싶다면 미리 현장에가서 체험하고 경험을 쌓고 신뢰를 얻는것 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는것 같다. 학교라고해서 학업 성취도만 중요하게 생각할 것 같지만 결국 누군가를 '우리' 사람으로 받아들일때 단순한 성적보다는 열성과 그에 따른 노력을 척도로 삼는것은 참 배울만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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