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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고찰

러스트 앤 본 (Rust & Bone, 자크오디아르) - 안정을 찾는 불안한 젊음

by 미국사는남자 2019.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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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많은 호평을 받은 영화라고 홍보하는 포스터

소중한 것은 언제나 곁에 있을 땐 무감각해지고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그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이자,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사건의 시작일 것이다.

 

 

극 중 매력적인 돌고래 조련사로 나오는 스테파니(마리옹 꼬띠아르 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적 매력에 도취되어 있다.

 

타고난 자신의 모습과 그것을 추앙하는 남자들이 다연하고 익숙하기만 하다.

 

폭력에 휘말려 클럽을 빠져나오면서도 클럽 문지기가 던지는 추파에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웃어버린다.

 

그녀의 매끈한 다리는 강력한 여성성의 상징, 피로 얼룩졌지만

 

여전히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녀의 다리를 카메라는 계속해서 비춘다.

 

 

그녀가 다리를 잃으면서 잃게되는 많은것들을 영화는 보여준다.

 

장애와 비장애로 구분짓는 것들, 여성성과 비여성성으로 구분되어지는 것들을 포함해서 

 

남들이 당연하게 가진것을 잃었을때의 오는 시선의 편견을 꼬집어준다.

 

마리옹은 다리가 없는 신체적인 어려움과 동시에 자존심, 인격, 인간관계가

 

한번에 아스러지는 것들도 훌륭히 소화해낸다.

 

이 실제같은 CG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Youtube 제작영상 참고 (비밀이 녹색양말이었다니;)

 

 

http://youtu.be/AuweyvIFMNc

어쨌든 이 영화, 여운이 강하게 남는다. 그 이유가 뭘까 몇가지를 생각해봤다.

 

1. 마리옹, 주인공의 연기

 

마리옹은 영화를 아주 깊숙이 이해하는 모습에서 출발하는 배우, 

 

아무런 의심없이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배우다.  

 

2. 프랑스영화 특유의 배경

 

<러스트 앤 본>은 프랑스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의 방황을 그려내기엔 더더욱 적합한 영화다.

 

지독한 취업난과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몸을 던지는 삼류 복서,

 

아들을 위해 기차에서 남은 음식을 주워먹는 모습들은

 

감독이 얘기하고자하는 시대의 상황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마지막 주인공의 내래이션은 감독이 하고자하는 말인 듯 보인다.

 

인간의 손에는 뼈가 27개, 그보다 더 많은 동물도 있는데

고릴라는 엄지손가락 뼈 5개를 포함 총 32개다.

 

어쨌든 손 하나에 뼈가 27개가 붙어있다니. 팔이나 다리가 부러진다면,

몸에서 나온 칼슘으로 저절로 뼈가 붙고

더 강해지기도 하지만 손가락이 부러지면 절대 완치될 수 없다.

 

주먹을 날릴 때마다 통증을 느낀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어느새 갑자기...

그 고통이 살아난다. 깨진 유리조각처럼...

 

나를 찌르고 또 찌른다.

 

힘들게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 대한 감독의 대변

 

이미 굵어져버린 뼈가 아닌 시대의 상황때문에 상처를 머금고 살아가는

 

약해빠진 손가락뼈에 비유되는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영화같다.

 

  

3. 많은 것을 담아내려 하지 않은 감독 - 담백한 호흡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성과 서정성을 같이 가져간다.

 

영화의 플롯도 남자와 여자의 2가지로 나뉜다. 장애를 이겨내는 여성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삼류복서.

 

유일하게 이 두가지가 만나는 순간은 육체적 결합의 순간이었다.

 

많은 대사를 담아내지도 않고도 영화는 물흐르듯이 흘러간다.

 

여주인공이 다리가 없는걸 확인하는 순간, 돌고래와 다시 만나는 순간,

 

남자주인공이 길거리 싸움에서 이겨내는 순간들을 모두 배경음악이나 무음으로 처리하면서 담백하게 담아냈다.

 

마지막에 남자가 여자에게 전화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이

 

몇배의 자극으로 다가온 것은 영화의 담백한 호흡이 가져다 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4. 아프지만 살아가는 것

 

영화는 아주 현실적이지도 그렇다고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희망적인 결말을 내놓는다.

 

그리고 마지막 나래이션과 함께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상처와

 

그것을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가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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