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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자리잡기

미국에서 자리잡기 - 미국 회사 취업 후기

by 미국사는남자 2020.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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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을 손에 얻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게 구직활동이었다. 정확히 2월에 영주권을 얻고나서 구직활동을 시작했지만 3월에 곧바로 코로나바이러스가 터지면서 기존 직장도 문을 닫아서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 그 기간동안 꾸준히 구직활동을 했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전혀없었다. 영주권을 손에 얻고 나니 솔직한 얘기로 눈을 낮추고 싶지는 않아서 괜찮다는 기업들을 지원하다가 전혀 연락이 없어서 한국 회사에도 지원을 여러군데 해봤다. 인터뷰도 다섯 군데나 봤는데 모두 연락을 주겠다더니 연락하나가 없다. 

처음에는 연락을 주겠거니 했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이상함을 눈치챘다. 연락을 주겠다더니 어떻게 한결같이 연락이 하나도 없을까. 그렇다면 애초에 왜 불러서 인터뷰를 했을까 생각했다. 보통의 상식에서는 되든 안되든 연락을 해서 얘기를 해줄 법도 했다. 근데 정말 지금 돌아보니 2~3달이 지난 지금에도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연락 드릴게요"

라는 말은 뽑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한국계 영세한 가게나 회사들이 주로 연락이 없었고, 그나마 몇몇 미국계 회사는 이메일 등으로 뽑지 않겠다고 알려왔다. 생각해보면, 한국도 대기업정도나 돼야 합격, 불합격 여부를 이메일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던 것 같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그렇게 한달, 두달이 지나고 나서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졌지만 아직도 구직을 못해서 좀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아내가 나에게 한번 예전에 봉사활동 했던 곳에 연락을 해보라며 아이디어를 줬다. 사실 학교에 들어가기전에 관련된 기관에서 봉사활동 해두면 좋을 것 같아서 무턱대고 문 두드리고 찾아갔던 곳이 있었다. 그 기관의 오너가 학교 출신에 학교와 관련이 많은 사람이라 나중에 추천서를 써줘서 무사히(?)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나에게는 은인 같은 존재인데, 뜸하긴 하지만 계속 연락을 하며 인연을 이어오던 중이었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한 번 찾아간 적이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가서 인사를 하는데 울컥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에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웃으며 반겨주며 흔쾌히 허락했던 오너의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 간만에 찾아갔는데도 똑같이 나를 반겨주는 모습에 괜스리 미안했다. 연락도 뜸했는데 말이다. 

어쨌든 SLP나 SLPA를 위주로 채용해서 운영하는 곳이라는 생각에 연락할 생각도 못했었는데, 이쯤되니 뭐라도 시켜줬으면 하는 마음에 연락을 하게됐다. 나에게 "뭐라도 할 수 있는일을 찾아서 연락을 주겠다" 라고 마지막 말을 하더니 한달, 한달반 정도를 연락이 없었다. "미국은 다 이런식이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나를 Child Development Specialist로 고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나에게 과분한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이제 졸업을 얼마 안남긴 상황에서 이런식으로 커리어를 쌓고 졸업후에 SLP자격증을 따면 서로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이제 2주째인데 아직 트레이닝을 위해서 HELP나 DAYC-2 같은 Protocol을 배우는 중인데 0세부터 3세까지 다양한 발달시기에 맞는 skill들을 측정하고 발달 시키기 위한 일을 하게 된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이래저래 말은 길었지만 결국 미국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언어보다 중요한게 간절함이자 어떻게든 문을 두드려 그들의 세계안에 들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고 인연을 만들고 어우러지다 보면 나의 단점이 장점이 되고 '내'가 아닌 '우리'가 되어가는 것 같다. 한국어 화자라는 게 그들에게는 엄청난 강점으로 다가갈 수 있는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먼저 다가갔던 게 컸던 것 같다. 

정리하자면,

어디든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본인의 시간과 감정을 투자한 일은 반드시 돌아오는게 미국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나와 같이 구직이나 입학 등의 벽에 막혀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그들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게 문을 두드려보는 건 어떨까 싶어서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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