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가 이제 전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서 미국도 불안하던 움직임들이 하나둘씩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실 우한에서의 발병 때도 그랬고, 한국에서의 큰 창궐을 보면서도, 미국은 요지부동했다. 한인타운에 대한항공 확진자 승무원이 돌아다녔다는 가짜뉴스가 돌 때에는 사람들이 믿고 한인타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거리를 가다보면 큰 메이져 한국방송사에서 거리를 찍고 있는게 보일 정도 였다. 하지만 그것도 한국인들 사이에서의 소문이고 이슈였을 뿐 여전히 많은 미국사회의 타 인종들은 전혀 정보가 없는 사람들처럼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고 있었다. 오히려 마스크를 쓰지 않는 특성 때문에 당시에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게 쳐다보기 까지 했다.
한국의 확진자가 수천명에 달하고 한인들 사이에서만 공포감이 커져가는 때에 이미 많은 대형마트에서는 손세정제나 마스크 따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예민한 한국사람들 또는 중국인들이 본토로 마스크를 보내기 위해서 사재기를 한다는 느낌이었다. CVS같은 큰 대형마트도 사실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미국에서는 대량으로 들여놓지 않는데, 그 마저도 다 사가버리는 바람에 웬만한 시골이 아니고서는 구하기가 어려워져버렸다. 그 후 한 주 한 주가 지나면서 손 세정제조차도 구하기 어렵게 돼버렸다.
그래도 미국은 그정도까지 심하지 않으니까 라고 생각했지만, 저번주부터 완벽한 방역은 없는 것 처럼 미국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뚫려버렸다. 오늘 내일 할 것 같지 않았던게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세계적으로 계속되는 상황에도 가장 많은 사람이 오간다는 LAX에는 그 흔한 열감지 시스템도 없고 아시아 국가를 방문한 사람들도 자가격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정도로 세계적인 흐름을 지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한국사람들은 항상 불안해 하긴 했었다. 지구 반대편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구대륙과 떨어져 있는 상대적 신대륙(?)이라서 그런건지 경제대국 다운 자신감때문에 세계 사정을 몰라도 되는 건지 미국사람들은 정치와 세계에 참 둔감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먼저는 크루즈에 타고 있던 본국민들을 미국본토에 데려오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그렇게 확진자 및 감염자들이 늘어나면서 사망자가 6명정도가 됐는데,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동부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이제 서부, LA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 실질적으로 체감될 정도로 연일 뉴스와 소식들이 터져나왔다. 일단 모든 학교들이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됐다. 워싱턴에서 8,000명 정도가 참가한 Conference에 확진자가 있었던 것이다. 가장 먼저 UC San diego가 전환한데에 앞서서 몇일 간격으로 거의 모든 학교가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그 영향은 나에게도 왔다. 다음주부터가 Spring Break라 어차피 학교에 갈일은 없었지만, 잠정적으로 4월까지 계속 온라인 수업을 하기로 결정이 됐고 UC계열의 학교들도 쿼터 학기제라 이제 Final 시험을 앞두고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여러모로 바빠질것 같아 보인다
미국사람들이 정말 소식통에 느리다는 생각이 든 건 예전에도 그랬다. 연일 뉴스를 쏟아내도 사실 뉴스를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고 공공장소에 가도 TV를 설치해 놓은데도 많지 않지만 뉴스를 틀어 놓는 곳이 많이 없다. 거의 스포츠만 틀어놓을 뿐. 결정적으로 핸드폰을 많이 사용하지만 미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이트가 구글이다 보니, 본인이 수고스럽게 찾아보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는 순위나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연일 떠들고 구두로 전파가 어느정도 되고 한참이 지나야 미국사람들도 이제는 좀 아는구나 체감이 된다. 그나마 가장 먼저 소문이 퍼지는 곳이 병원 같은데, 병원도 보험이 안좋아서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바로 어제 와이프가 교통사고 후유증이 있을까봐 큰 병원을 찾았는데 접수하는 사람이 위에서 지침이 내려왔는지 무심하게 3가지 질문을 던졌다.
"최근에 중국이나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발열이나 기침의 증상이 최근에 있었는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로 의심되는 사람과 같이 있었는지"
일반적으로 고열이나 기침같은 증상을 먼저 물어보기 마련인데 의외였다. 중국이나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지를 먼저 물어보다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끼고 간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심지어 어떤 할아버지는 "너희들 정말 조심성이 많구나 (예민하구나)" 라고 엘레베이터에서 먼저 말을 건다. 특히 다인종이 몰려사는 미국은 이럴 때일 수록 아시안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감에서 오는 인종차별을 겪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엊그제는 코스트코에서 화장지 품귀현상이 일어났다고 하니, 미국도 이제 정말 체감하는 단계인가 싶다. 왜 하필 화장지 인가 싶지만 화장지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니 좀 끔찍하긴 했다. 어제 일끝나고 마트에 간단한걸 사려고 장을 보러갔는데 아직 물건들이 가득차 있는 걸 보고 안심은 됐지만, 인스턴트 식품같은 코너 한켠이 텅 비어있는걸 보고 좀 놀랐다. 그래서 동영상을 좀 찍었는데 그걸 또 신기하게 보던 친구가 또 사진을 찍어서 다른 친구에게 보여주더라.
중국이나 한국에서 보던 그 휑한 장면들이 미국에도 연출되지 않을까 싶다. 당장에 학교도 전부 안가니 회사도 머지 않아 자택근무를 시작할 것 같다. 미국같은 의료시스템에서는 철저히 자기 면역과 보건에 스스로가 신경을 써야한다. 어느곳보다 노숙자가 많은 LA는 특히 더 위험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다들 정말 아무 탈 없이 이 고비를 넘기기를 진심으로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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