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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치료사 되기

미국 공립학교에서 실습해보기 (언어치료사 체험)

by 미국사는남자 2021.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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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석사 수업을 듣기 시작한지도 3년이 됐다. 대부분의 수업을 이제 들어서 남은 건 거의 실습뿐이다. 그 중에 클리닉이나 Private Practice를 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해보는 Externship이 있고, 미국 공립 초등학교에서 실습을 할 수 있는 Student Teaching이라는 과정이 있는데, 이번학기에는 Student Teaching을 듣게 됐다.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교가 LAUSD 즉, LA통합교육구(?)와 협력을 맺어서 석사공부중인 학생들을 한학기 동안 실습을 할 수 있게 해주고 LAUSD입장에서도 SLP의 일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나처럼 한국에서 모든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넘어온 사람에게는 미국의 공립학교의 제도나 분위기가 참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날 학교를 갔고 그곳에서 SLP로 일하시는 분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 분도 우리 대학교 출신이라 그런지 여전히 교수님들이 그대로 계시냐며 좋은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호주계 미국인이어서 완벽하게 미국인의 발음을 구사해야하는 입장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얘기해주시는 데 남일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의 고충도 (발음을 포함해서) 있는 그대로 얘기했더니 이해한다며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하셨다.

학교의 분위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LAUSD 소속의 공립학교는 그리 좋은 학교들은 아니다. 아주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비싼 교육비를 자랑하는 여타 사립에 비하면 시설적인 면에서 그렇게 좋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 살다보니 시설적인 측면은 별로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코로나여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매주 화요일마다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는데 검사결과가 음성이 나오면 그걸로 일주일동안 학교를 드나들 수 있다. 이건 백신을 맞은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들도 무조건 해야하는 절차이다. 아이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는 것도 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내긴 했다. 

한가지 조심해야하는 점은 아이들이 자라온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다. 내가 가게 된 학교는 90%이상이 히스패닉 아이들이고 Low Income 가정들이 많아서 그런지 일반적으로 경험해 봤을 법한 것들이 아이들에게 생소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바닷가가 30분만 가도 볼 수 있는 거리에 있는데도 부모가 일주일전부 일을 하는 경우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아이들이 바닷가와 관련된 질문에 답을 못하는 경우를 봤다. (배경을 모르면 Language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게다가 집과 방에 대해 얘기하는데 '각자가 개인의 방과 침대에서 잔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많은 히스패닉 가정이 대가족, 할아버지부터 할머니 사촌들까지 한집에 같이 사는 경우가 많아서 바닥이나 소파에서 자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SLP의 역할

첫날은 SLP를 따라다니며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SLP는 아이들이 오는 시간에 맞춰 출근해서 자료를 정리하고 세션을 준비 한 다음 반에 직접들어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Push-in 이라고 부른다) 혹은 몇몇 아이들을 불러와서(Pull-out) SLP 방에서 따로 세션을 한다. 보통 하루에 한번 정도 Pushi-in이 있다. 거의 대부분은 그 아이들이 해당되는 반에 가서 선생님에게 얘기한 후 아이들을 데려온다. 여태껏 겪었던 세션과 다른 점은 한명의 SLP가 2~3명의 아이들을 편성해서 한번에 진행하는 점이다. 아무래도 받아야 할 아이들은 많은데 SLP가 한명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룹으로 진행을 해야하나 보다. 한명의 SLP 선생님이 봐야하는 아이가 60명에 육박하니 아무래도 1:1로 하는 Private practice에 비해서 효과는 떨어질 수 있지만, SLP 선생님은 최선을 다하고 아이들도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보통 일과는 8시에 시작해서 12시나 1시에는 끝나고 이후에 노트정리, 선생님들과의 미팅(IEP미팅 포함) 등을 하면 적어도 2시나 3시에는 일이 끝나는 것 같다. 가끔 Assessment를 해야하는 경우 좀 늦게 끝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일이 참 빨리 끝나니 그만큼 일이 끝나고 여유시간이 많은건 학교에서 일하는 SLP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주된 아이들 유형

학교에서 수업으로 배울때처럼 역시나 Autism의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조금 심한 아이들은 Special Education 선생님이 1:1로 붙어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언어치료사의 경우 다양한 아이들을 상대하는데, Autism으로 인한 Langauge Disorder, SLI (Specific Language Impairment), Articulation, Expressive/Receptive Language Disorder, Voice, Fluency 등이 있었다. 대부분이 Langauge나 Artic(조음)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어서 Medical Setting에 비하면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겠다 싶었다. 

CF(Clinical Fellowship)의 기간이 있겠지만 (Supervisor의 승인을 받아서 Report를 쓰는 시기) 그 시기가 지나면 모든 Note와 Report는 상사의 허락을 받기 위해서가 아닌 본인과 가족에게 보여주는 용도로만 쓰여진다. (물론 변호사라든지 추후 Audit에 대비하는 것도 있지만). SLP가 학교에서 하는 역할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단순한 실력만 뛰어난 SLP보다는 부모와의 조율 선생님들과의 소통이 가장 큰 핵심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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