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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집사기

미국에 집사기 - 하우스 선택, 오퍼수락, 각 종 Contingency

by 미국사는남자 2021.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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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에 집을 한창 알아보러 다녔다. 아파트 렌트 계약이 1월 중순이라 좀 급하게 알아본 것도 있었는데, 예산, 위치, 동네 치안, 집의 상태, 학군, 교통, 한인마트 등등 따질게 많다보니 이렇다 할 집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한국에서 오퍼가 들어와서 한국을 가버리는 바람에 집을 보러 가보지도 못하게 되었다. 앞서 포스팅했듯이 가보지도 않고 집을 고른다는 건 정말 안좋은 일이지만 급하게 알아봐야 하니 어쩔 수 없이 Redfin이나 Zilow같은 사이트를 의존하면서 계속 볼 수 밖에 없었다.

첫번째 오퍼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 한가지 불행 중 다행은 한국에서의 2주 자가격리 기간이었다. 임시거처에 머물르면서 계속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면서 (미국에서의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지냈는데, 나름 바쁜 일과였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남았다. 24시간 실내에 갇혀만 지내려니 핸드폰을 계속 만지는게 일상이었고 그 시간은 곧 Redfin과 Zilow를 보는데 썼고, 그러다가 맘에 드는 매물이 나오면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연락해서 가봐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으로 부탁한 집을 에이전트가 가서 페이스타임을 걸어줘서 동네랑 집 구석구석을 봤는데, 100%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집이다 싶었다. 한번 오퍼를 넣어보자 싶어서 처음으로 오퍼를 써서 냈는데, 주변 시세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리스팅 가격에 2만5천불정도 낮은 가격으로 써서 냈다. 기대도 안했는데 다음날 바로 카운터오퍼가 날아왔다.  당연히 다시 가격을 조정해서 날아왔는데 리스팅 가격에 5천불정도 깎여서 날아왔다. 그러면서 이 이상은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래 어차피 시세에 비해 너무 비싸기도 하니 한번더 우리쪽에서 카운터 오퍼를 내자고 해서 리스팅가격에 다시 2만불이 낮은 가격으로 오퍼를 넣었다. 하지만 요즘은 셀러마켓이 아니던가. 우리 오퍼는 바로 무시됐고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서 그 매물은 펜딩이 됐다.

그렇게 되고 나니 조금 허무하기도 하고 좀 아쉬웠다. 괜히 배짱을 부려서 집을 놓쳤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나름 여기저기 맘에 들지 않았던 구석들을 생각하면서 '그래 처음부터 우리집이 아니었던거야' 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계속되는 매물 검색

실망하기에는 일렀기 때문에 매물 검색을 계속했고, 정말 성실하고 착한 에이전트가 내가 가봤으면 좋겠다는 곳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나를 보여줬다. 하지만 다 좋은데 고속도로 옆에 있는집, 동네가 좋은데 집이 쓰러져가고, 집이 깨끗하고 좋으면 학군이나 동네가 별로, 다 좋으면 HOA가 너무 비싸서 망설여지는 등 계속해서 찾지 못하고 있었다. 에이전트가 처음부터 보지 말라는 동네도 있었기 때문에 줄이고 줄여서 한정된 곳을 검색해서 보고 있었다.

 오퍼수락

그러던 중 맘에드는 집이 딱 한개가 나왔다. 가격도 부담없었고, 동네, 치안, 학군 등 빠지는 게 없었다. 여태껏 보던 집들에 비해 조금 작았지만 어차피 우리 둘이랑 두부(고양이)뿐인데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보던중에 (이때가 자가격리 열흘째여서 이미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있었다.) 리스팅에 올라온 걸 봤고 바로 1시간만에 바로 에이전트에게 연락했다. (미국은 저녁시간 즈음) 에이전트는 즉각 반응했고 바로 집을 가서 보여줬다. 집은 깨끗하고 괜찮았다. 바로 주변시세를 비교해서 9천불정도 낮은 오퍼를 넣었고 - 생각해보니 리스팅이 올라온지 몇시간 안됐을 때 였다. - 생각보다 빠르게 몇가지 조건만 달아서 수락한다는 카운터 오퍼가 왔다. AS-IS로 집을 판다는 조건과 몇개 자잘한 조건이있었고 어차피 Contingency가 있기 때문에 언제든 우리가 포기할 수 있으니 우리도 제안을 수락했다. (이때 몇일동안 어떤 Contingency를 둘지 결정한다.) 드디어 처음으로 우리 오퍼가 받아들여졌고 집을 사는데 한발 다가선 느낌이었다.

자세히 계산해보니 Inspection Contingency를 할 즈음 미국에 들어갈 것 같아서 집을 직접볼 수 있으니 시기도 딱 맞았다. 여러가지로 우리에게는 행운같은 집이었다.

Contingency의 시작  

이제부터 진짜로 구매를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그 사이에 우리는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고 첫 구매이기 때문에 에이전트에게 묻고 또 물어가며 절차를 진행했다. 미국에 들어오자마자 우리가 살집부터 가봤다. 집은 괜찮았고 깨끗했고 손을 볼 곳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주방이 굉장히 깨끗했다. 뒷마당은 좀 손을 많이 봐야했지만 90년대에 지은집이라 그런지 흠잡을 데가 없어 보였다. 다음날 디파짓에 해당하는 집값의 3%정도되는 금액을 에스크로에 송금하면서 Contingency가 시작됐고 그 처음이 바로 Inspection이었다. 

집을 점검하는 Inspection을 통해서 집에 큰 하자가 없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셀러와 협상을 할 수 있다. 크레딧을 받는다던지 추후 집값에 대한 흥정을 할 여지가 있고 너무 큰 하자가 있다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 Inspection 업자를 고용하고 실시하는데 드는 비용은 바이어가 지불해야한다. Inspection을 하기로 한 날짜에 맞춰 우리도 같이 집으로 향했고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큰 문제는 없는지 이를 통해 어떤식으로 협상을 할지 에이전트와 얘기했다. 큰 문제는 없었지만 전 주인이 오래비워서 그런지 Furnace가 (우리나라로 치면 보일러)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이건 추후에 업자를 불러 살펴보기로 했고 나머지 자잘한 문제들은 무시하거나 추후에 우리가 해도 될 정도여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Inspection이 끝나면 비용을 치루고 관련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고 결과는 바이어와 셀러가 모두 공유하며 확인했다는 서류에 양측이 다 사인을 하게된다. 

두번째는 Loan Contingency였는데 바이어가 융자를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기간이다. 큰 문제없이 지나갔지만 또 혹시 모를 일을 걱정하며 시간이 지난것 같다. 최종승인이 됐다는 연락이 오자 그제서야 안심이 됐다. 

세번째가 Appraisal Contingency였는데 이는 부동산의 감정가격을 전문가를 통해 평가받고 매매 가격이 합당한지를 보고 사겠다는 조건이다. 보통 오퍼가 승인되고 17일 이내에 그 조건을 없애 달라고 셀러가 요구한다. 융자를 통해서 집을 사는 경우 은행에서 감정사를 보내서 그 집의 감정가격을 산출해 가치를 평가한다. 이 감정가는 융자를 받는데 아주 중요한 근거가 된다. 흔히 20% 다운하고 80%를 대출 받는 경우 80% 론의 근거는 감정가격이지 매매가격이 아니다. 예를 들어 50만 달러의 집을 사려고 10만 달러 다운하고 40만 달러 론을 하는 오퍼를 썼는데 감정가격이 45만 달러로 책정이 되면 45만 달러의 80%인 36만 달러의 론이 승인되기 때문에 4만 달러의 부족액이 발생한다. 그러면 바이어는 10만 달러가 아닌 14만 달러를 다운페이를 해야 이 집을 살 수 있게 된다. 만약 어프레이절 컨틴전시를 이미 없애버렸는데 14만 달러를 다운할 수 없는 경우 바이어는 낭패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아직 어프레이절 컨틴전시를 가지고 있는 경우 바이어는 이를 근거로 계약을 파기하고 디파짓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다. 이런 일련의 절차를 거치는데 생각보다 집의 감정가격이 낮게 나와서 추가로 돈이 들어갈 상황이 생길까마 조금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감정가격은 잘 나왔고 이 마저도 잘 넘어가면서 모든 컨틴전시가 끝이 나게 됐다. 컨틴전시가 진행되고 끝나는 기간만 한달 반이 걸렸다. 지금에야 쉽게 얘기하지만 당시에는 한순간 한순간이 좀 조급했고 불안했던것 같다. 아무래도 첫 구매라 그런것도 있었다.

이 밖에도 구매하는 과정에서 알게된 충격적인 일들과 집을 그냥 포기하고 싶었던 일,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우연 등 한달 반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추후 더 자세한 과정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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